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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미나토 가나에가 모녀의 믿음을 뒤집는다(미나토 가나에, 알토북스)

불길 앞에서, 모성은 본능인가 신화인가

장세환2026년 2월 4일 오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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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주택 화단에 여고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아이의 엄마다. 사건은 자살 시도로 정리될 듯 보이지만, 말끝이 어긋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진다.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먼저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엄마와 딸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살렸고 누가 누구를 밀어냈나.

미나토 가나에는 그 질문을 한 번 더 깊이 파고든다. “모성은 인간의 위대한 본성인가”라는 물음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교차하며, 같은 장면이 다른 의미로 번역된다. 독자는 한쪽의 손을 잡는 순간마다 다른 쪽의 상처를 보게 된다.

이야기는 결국 11년 전 태풍이 몰아치던 밤으로 되돌아간다. 불 속에 갇힌 친정엄마와 어린 딸, 한쪽만 구해야 하는 상황. ‘나를 낳아준 사람’과 ‘내가 낳은 사람’ 사이에서 내려야 하는 결단은 이후의 삶 전체를 바꿔 놓는다. 그날의 선택은 구원의 이야기로 남지 않고, 모녀가 서로를 의심하고 시험하는 출발점이 된다.

미나토 가나에가 강한 이유는 사건을 장식으로 두지 않는 데 있다. 『고백』과 『인간 표본』에서 쌓아 올린 집요한 심리의 칼끝을 이번엔 ‘엄마’라는 이름에 겨눈다. 꺼림칙한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왜 따라붙는지, 대담한 전개와 반전이 아니라 인간의 믿음을 건드리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모성』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은 알토북스에서 펴냈고, 번역은 김진환이 맡았다. 모녀 서사의 끝에서 남는 건 감동이 아니라 판정문에 가까운 침묵이다. 불길 앞에서 무엇을 구할지, 그리고 그 선택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 독자에게 마지막까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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