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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균열을 정면으로 묻다,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최나미, 사계절)

‘착함’과 ‘옳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어린이의 마음을 그린 단편동화집

장세환2026년 2월 13일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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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jpg출판사 제공

사계절출판사가 최나미 작가의 신작 동화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를 펴냈다. 이 책은 학교와 가족, 친구 관계 속에서 어린이가 마주하는 갈등의 순간을 다섯 편의 단편동화로 담아낸 작품이다.

열 살을 지나 십 대로 접어드는 시기는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모두가 착하다고 말하는 친구 옆에서 상대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마음, 나의 바람과 부모의 기대가 어긋날 때 생기는 혼란, 평등하다고 배운 세상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깨달음 등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작품은 착함과 나쁨, 옳고 그름을 단순하게 나누지 않고,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표제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는 ‘따지기 좋아하는 아이’로 불리는 규미와 모두가 천사라 부르는 송연이의 관계를 통해, 착함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규미는 도움을 원하지 않았던 순간들까지 대신해 온 송연이의 행동 앞에서 분노를 느끼고, “너랑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내가 나쁜 애가 된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입 밖에 낸다.

수록작 ‘리모컨’과 ‘양팔저울’은 친구 관계 속 우위와 열등감, 배려라는 이름의 불균형을 짚는다. ‘X-파일’과 ‘장대비’는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을 통해, 부모의 신념과 아이의 삶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 속 어린이들은 정답 없는 질문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겪는다.

최나미 작가는 아이들의 관계를 평가하거나 결론짓지 않는다. 대신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을 세밀하게 포착해, 어린이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도록 이끈다.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모예진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감정선을 절제된 색감으로 뒷받침한다.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는 어린이 독자에게는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볼 언어를, 성인 독자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어른의 자리를 다시 묻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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