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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속 녹색 페인트, 다시 시작된 추적 『방문자』 잭 리처 컬렉션, 신간 출간 (리 차일드, 다니엘 J. 옮김, 오픈하우스)

그랜드마스터가 완성한 하드보일드의 정수

장세환2026년 2월 24일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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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jpg출판사 제공

2026년 미국 추리작가협회는 리 차일드를 ‘그랜드마스터’로 선정했다. 잭 리처 시리즈로 30편을 이어 온 작가에게 주어지는 헌사다. 매년 한 편씩 발표해 온 이 장대한 컬렉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방문자』는 그 저력을 다시 확인시키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어두운 골목에서 시작된다. 보호비를 갈취하던 갱단을 제압한 리처는 곧바로 FBI에 체포된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군 시절, 리처에게 성범죄 수사를 의뢰했던 피해 여성들이 기괴한 방식으로 연쇄 살해되었고, 수사선이 그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정황은 충분하다. FBI는 그를 용의자이자 협력자로 동시에 다룬다.

사건 현장은 섬뜩하다. 네 명의 여성, 욕조, 군용 녹색 페인트. 페인트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완벽한 범행. 범인은 계획 단계에서 이미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한 듯 보인다. “완벽한 방법은 쉽지 않은 방법”이라는 문장은 살인자의 냉혹한 사고방식을 암시한다. 이 치밀한 방문자는 흔적 없이 다음 표적을 노린다.

리처는 특유의 건조한 대사와 무표정한 논리로 수사에 뛰어든다. FBI 부국장과의 대치, 의심과 협력 사이의 팽팽한 긴장,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유형”이라는 지목. 리 차일드는 리처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반전과 변주를 거듭한다. 폭발적인 전개 속에서도 계산된 리듬은 흔들리지 않는다.

『방문자』는 잭 리처라는 인물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정의를 실행하는 방랑자에서, 의심받는 존재로. 녹색 페인트가 가득 찬 욕조는 단순한 살해 도구가 아니라, 인간 심연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왜 이 방식인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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