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세상을 다시 사랑하기 위한 신앙의 질문,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 (파울 엠 쭐레너, 김기철 옮김, 생활성서사)

흔들리는 시대 앞에서 교회와 신앙의 자리를 다시 묻는 사유의 기록

장세환2026년 3월 20일 오후 2:50
449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jpg출판사 제공

전쟁과 기후 위기, 난민 문제와 정보화 시대의 혼란이 겹쳐진 오늘, 신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는 이 무거운 물음을 정면으로 끌어안는 책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교구 소속 사제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사목 신학자 파울 엠 쭐레너는 이 책에서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열정이 다시 깨어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동시에 “하느님 없이도 세상은 굴러가지 않았느냐”는 현대인의 의심 또한 피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교리 해설서가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 세상, 교회에 대해 오랫동안 쌓여 온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오늘의 현실과 연결해 읽도록 이끈다. 저자는 현대인이 종교보다 영성을 더 익숙하게 말하는 시대를 짚으면서도, 신앙이 개인 위안에만 머물 때 세상에 대한 책임 또한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신앙은 두려움을 외면하는 장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의 두 번째 축은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저자는 자유와 정의, 공존과 평화를 위한 싸움이야말로 오늘의 신앙이 놓쳐서는 안 될 자리라고 본다. 특히 하느님 나라를 먼 미래의 약속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서로를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목에서 이 책은 추상적인 신학을 넘어 현실의 윤리와 공동체의 문제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교회를 향한 쓴소리도 피하지 않는다. 저자는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오늘의 정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교회가 제도 자체를 지키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본래의 사건, 곧 복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탈성직주의, 평신도의 역할 확대, 여성의 자리, 시노드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바로 그 연장선에서 제시된다. 몰락이 아니라 전환의 시기라는 진단은 그래서 더 날카롭다.

『하느님을 잊은 그대에게』는 정답을 단정하는 책이라기보다, 신앙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교회 안에 있는 독자에게는 쇄신의 필요를, 교회 밖에 있는 독자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의 무게를 건넨다. 세상이 휘청일수록 더 근원적인 물음을 붙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러준다.

관련 기사

사람 보는 안목이 관계를 바꾼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당신에게』(궈즈리, 지니의서재)

사람 보는 안목이 관계를 바꾼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당신에게』(궈즈리, 지니의서재)

7월 13일 오후 12:18
20
방대한 화엄의 바다를 이야기로 건너다, 『스토리텔링 화엄경』 출간(강영석, 지식과감성#)

방대한 화엄의 바다를 이야기로 건너다, 『스토리텔링 화엄경』 출간(강영석, 지식과감성#)

7월 9일 오후 9:34
13
한물간 가수 지망생이 맨발로 찾은 자기 감각, 『히든 스텝』 출간(박재연, 위즈덤하우스)

한물간 가수 지망생이 맨발로 찾은 자기 감각, 『히든 스텝』 출간(박재연, 위즈덤하우스)

7월 9일 오후 9:34
26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