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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계산하는 시대의 감정 기록, 『러브 온 더 락』 (고선경, 창비)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 자본주의 시대의 ‘웃픈’ 로맨스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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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락.jpg출판사 제공

사랑이 더 이상 순수한 감정만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별 앞에서도 감정의 무게보다 내일의 출근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시집 『러브 온 더 락』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고선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이 작품은 기존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감각 위에 한층 서늘해진 시선을 덧입힌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포착한 것은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이다. 낭만조차 사치가 된 현실에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과 조건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로 그려진다.

“우리는 이 케이크를 먹고 헤어지고요 / 남은 마음은 포장하고요”라는 문장처럼, 이별조차 간편하게 처리되는 시대의 풍경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형태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피로와 생존의 조건 속에서 뒤틀리고 재구성된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감각이다. 달콤한 과일 향처럼 시작되는 문장은 곧 짓이겨진 감정의 냄새로 이어지고, 독자는 그 대비 속에서 묘한 긴장과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단맛’과 그 이면의 ‘쓴맛’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러브 온 더 락』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은 채, 그 안에서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상처 입고도 다시 사랑을 말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에 가깝다.

달콤하고도 독한 한 잔처럼, 이 시집은 읽는 이의 감각을 천천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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